여행 떠나기 전 준비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이드북, 지도 등을 구해 만반의 준비를 하던 시대에서 컴퓨터로 진화하더니 이제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정보를 찾습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거나 같이 가는 이들에게 공유까지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예전 방식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할까요.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펜으로 줄을 긋고 기억하며 설레는 행동이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의도적인 불편함이 어쩌면 우리와 더 잘 맞을지도 모릅니다. 몸과 머리가 기억하는 원초적인 본능과 가까우니 말이죠.
여책저책은 여행 가이드북 2권을 소개합니다. 두 책 모두 일본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다루는 도시와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일본 여행을 준비 중인 이들이라면 특히 나고야와 후쿠오카, 규슈 지역으로 떠나는 이라면 잘 챙겨 보시길.
최영근‧나보영 | 한빛라이프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어쩌다 게임 업계로 흘러들어와 20년을 버틴 40대 직장인 최영근. 그는 말단 팀원에서 리드 디렉터까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고 나서 관심사가 한 가지 생겼다. 갓 들어오거나 앞으로 들어올 이들을 보살피는 일이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리얼 나고야’란 책 출간으로 이어졌는지 모른다. 일본, 그리고 나고야 여행을 앞둔 이들을 보살피는 마음에서 말이다.
오랫동안 책과 여행, 그리고 와인에 심취한 작가 나보영도 이 책을 같이 집필했다. 전 세계 와이너리 여행을 하며 글도 쓰고, 방송도 하는 등 평소 꿈꾸던 일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이미 ‘리얼 후쿠오카’ ‘my 버킷리스트 모리셔스’ 등의 여행 가이드북을 만든 유경험자이기도 하다.
두 저자가 선택한 도시 나고야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와 함께 일본 4대 도시에 꼽히는 대도시이다. 하지만 큰 재미가 없다는 평도 간혹 보인다. 언뜻 다른 일본 내 도시와 차이점이 없다면서 말이다. 이런 평가를 하는 이들은 나고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안타까운 경험자들이다.
수많은 백화점과 쇼핑몰, 맛집이 즐비한 나고야, 일본 3대 온천지로 유명한 게로, 일본 옛 거리를 잘 보존한 작은 교토 다카야마,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카와고, 쇼와 시대 감성이 남아 있는 이누야마, 산속 동화 같은 마을 구조하치만까지. 서로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소도시만 무려 6개다.
때문에 나고야를 실제로 여행해 보면 풍부한 역사와 현대적인 매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나고야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 고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식도락 여행자들은 아예 버킷리스트를 적어서 올 정도다.
나고야 특유의 향토 요리인 나고야 메시가 그중 하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닭 날개 튀김 테바사키, 붉은 된장소스로 맛을 낸 미소카츠와 미소니코미 우동, 새우튀김을 안에 넣고 둥글게 만 주먹밥 텐무스, 식빵 위 단팥을 올린 오구라 토스트 등은 나고야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물론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3대 명성(名城)으로 꼽히는 나고야성과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신궁인 아츠타 신궁, 자신의 운세를 점치는 일본 고유의 문화 오미쿠지까지 나고야의 역사 문화를 자세히 책에 실었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우리에게 친숙한 지브리의 작품들을 마치 실재하는 세계인 것처럼 만날 수 있는 지브리 파크도 교통 정보부터 티켓 구매 방법까지 세세하게 다뤘다.
이밖에 세세한 교통정보, 현지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실전 회화 등 첫 여행이라면 궁금할 내용이 담뿍 들어 있다. 두 저자는 나고야에 대해 “이른 아침, 카페에 들어서 갓 만든 토스트와 커피, 삶은 달걀, 그리고 따뜻한 인사를 받으면 더욱 나고야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일독을 권했다.
서아진(미야씨) | 나무자전거
책 ‘후쿠오카‧규슈 여행백서’는 부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직 여행사 언니가 꼼꼼하게 알려주는 여행 길잡이’가 바로 그것.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저자 서아진은 2013년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여행/항공/관광업계에 종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스무 살 때 첫 자유여행을 도쿄로 간 것을 시작으로, 비행기도 놓치고, 길도 잃으며 일본 곳곳을 누볐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를 구글맵에 표시하면 안 가본 지역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일본인 남편과 결혼하며 아예 일본에 터를 잡은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일본 여행의 행복을 나누려 책 만들기에 나섰다.
저자가 일본의 수많은 도시 중 선택한 곳은 후쿠오카와 규슈. 특히 남부럽지 않게 휴가를 즐기고 싶은데, 가성비도 따져야 하는 고민을 하는 이에게 후쿠오카와 규슈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쇼핑거리는 기본이고, 자연과 어우러진 온천욕까지 무궁무진한 매력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후쿠오카의 매력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게 후쿠오카 주요 지역을 하카타, 텐진/다이묘, 나카스, 이마이즈미/야쿠인, 시진/오호리공원 등으로 나누어 수록했다. 지역별로 세세하게 찾아보기 쉽게 정리하기 위함이다. 각 지역마다 볼거리, 먹거리, 쇼핑거리를 독자 눈높이에 맞춰 꼼꼼히 담아내면서도 색다른 시선을 더하려고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규슈 북부의 오이타현, 나가사키현, 사가현, 구마모토현의 숨겨진 소도시들의 매력도 자세히 다뤘다. 각 지역의 역사, 문화, 명소, 특산물, 온천을 아우르며, 각 소도시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통해 규슈 여행이 단 한 번으로 끝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저자가 추천하는 오이타현 나가유온천과 분고타카타, 나가사키현 오바마온천 그리고 시마바라온천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곳이다. 더구나 규슈 지역은 다양한 온천의 천국답게 산악지역의 화산성 온천과 바닷가의 해양성 온천 등 다양한 수질의 온천이 밀집해 있다. 때문에 규슈에서 탄산온천, 유황온천, 단순온천 등을 직접 체험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온천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책에서는 온천을 즐기기 전 올바른 입욕법과 온천별 효능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수년간 여행사와 항공사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그동안 꼭꼭 숨겨뒀던 다양한 여행 팁과 노하우도 아낌없이 공개한다. 항공, 숙박, 현지교통 등 신경 쓸게 많은 여행 준비과정을 통해 시간도 절약하고 간편하게 끝낼 수 있게 정리해 실었다. 전철이나 버스정류장 정보부터, 쿠폰정보, 추천 맛집, 선물리스트 등 놓치기 쉬운 세세한 정보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