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곳곳에 폭탄 맞은 듯
20여가구 사는 마을에 9가구가 전소
마을 주변 산은 여전히 매캐한 냄새 가득
의성 특산품 마늘밭도 열기에 말라 죽어

지난 23일 오후 1시께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자욱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마을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 길게 뻗은 산들은 이미 검게 타버렸고 산 중턱에서는 여전히 연기도 피어 올랐다.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자 화마가 휩쓸고 간 일부 집들은 모두 전소돼 포탄을 맞은 듯 폐허가 됐다.
신월리 주민 김민수(52)씨는 “집에 있던 콤바인, 트렉터, 경운기 등 수천만원이 넘는 농기계들이 모두 불타버렸다”며 “소 2마리만 겨우 살았다”고 말했다.
20여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는 지난 22일 발생한 대형 산불로 모두 주택 9채가 전소됐다. 불이 나자 마을 주민들은 밤새도록 물을 뿌리며 마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도 썼다.
주민 김성철(62)씨는 “마을의 양 옆 산봉우리에 모두 불이 붙어 마을로 불씨가 막 날아왔다”며 “하루 종일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서 불이 붙은 집들을 찾아 직접 불씨를 제거해 마을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그렇게 물을 뿌리지 않았다면 다닥다닥 붙은 집마다 모두 불이 옮겨붙어 마을이 불바다가 됐을 것”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산불이 불씨를 날리며 마을로 날아드는 긴박했던 상황에서 다행히 주민들은 신속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농작물들은 피해를 입었다. 의성군의 특산물인 마늘밭이 마을 앞 밭에 있지만 산불 열기로 인해 마늘 모종은 대부분 말라버렸다. 마늘 농사를 짓는 황장하(71)씨는 “올해 마을 농사는 다 망쳤다”며 “산불이 남의 동네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한평생 이번 산불은 처음이다”고 하소연했다.
의성에서는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로 인해 안평면을 비롯해 점곡면 등에서 주택 74채가 전소되는 등 모두 94채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 의성군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는 1500여명이 생활 중이다. 경북도는 의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정부했다.
한편 경북 의성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전체 진화율은 65%로 산불영향구역은 6861ha로 추정된다. 전체 화선 125.9㎞ 가운데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은 곳은 44.4㎞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