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중인 15대 중 러시아산은 8대 보유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수리 못 받아
대형 헬기도 7대 중 2대는 미운행 중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산림청이 보유한 ‘러시아산 헬기’는 정비 문제로 진화에 나서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청 소속 헬기는 총 50대다. 이 중 정비·수리 등의 문제로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 대형 산불 현장에는 총 35대의 산림청 헬기만 투입됐다. 나머지 헬기 15대는 정비 중이거나 수리를 받고 있어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상황이다.
투입되지 못한 헬기 중 8대는 러시아산 헬기다. 러시아산 헬기는 담수량 3000ℓ급 중형 헬기다. 산림청 관계자는 “러시아로 부품 등을 보낼 수가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불 진화에 가장 효과적인 담수 용량이 8000ℓ 이상인 대형 헬기의 경우 총 7대 중 2대가 수리 중이어서 현장에는 현재 5대만 투입 중인 실정이다.
이에 산불 현장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고온 건조한 초봄 날씨로 인해 대형 산불 위험이 커진 만큼 ‘대형 소방헬기’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산불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형 소방헬기가 즉시 투입돼 초기 진화에 나선다면 피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에 따르면 영남권을 중심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에 투입된 헬기는 총 101대다.
이 중 산림청 헬기 35대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경찰청과 소방청, 군, 지자체 등이 지원한 헬기다.
산림청 대형 헬기를 제외하고는 경찰 소방 지자체 등이 지원하는 헬기는 모두 담수량 1000~3000ℓ급 중소형 헬기와 500~1000ℓ 이하의 소형 헬기들이다.
지금처럼 동시 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경우 소형 헬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6000㏊ 이상의 피해를 입은 의성 산불도 대형 헬기 등이 산청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입되면서 소형 헬기에 의존한 탓에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결국 대규모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군에서 헬기 13대를 보내줬는데 물을 800ℓ 실어 와서는 불을 끄기엔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소형 헬기만으로는 초기 진화가 어려운 만큼 대형 담수가 가능한 대형 헬기나 수송기 등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불이 확산된 후에는 적은 용량만 가능한 헬기를 아무리 투입해도 쉽게 끄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화 인력에 의존할 경우 4명이 숨진 산청 화재처럼 인명 피해만 키울 우려도 크다.
이 지사는 “2만ℓ 혹은 3만ℓ를 담는 수송기를 지원해 불을 초반에 바로 꺼야 한다”며 “기재부가 예산을 반드시 지원해서 대형 수송기 도입 등 선진화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