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산불 5일째…전방위 확산
안동 세계유산까지 불길 근접
낙동강물까지 동원 총력 방어
의용소방대원들도 밤샘 대기
의성 → 안동 → 청송 → 영양·영덕
강풍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지리산·주왕산국립공원도 비상
청송서 60대 주민 불길에 숨져
불씨 날아다니는 '도깨비불'
발화지점 40㎞ 밖까지 번져
안동 세계유산까지 불길 근접
낙동강물까지 동원 총력 방어
의용소방대원들도 밤샘 대기
의성 → 안동 → 청송 → 영양·영덕
강풍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지리산·주왕산국립공원도 비상
청송서 60대 주민 불길에 숨져
불씨 날아다니는 '도깨비불'
발화지점 40㎞ 밖까지 번져

25일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발화 지점에서 30㎞ 떨어진 하회마을 8㎞ 부근까지 근접하자 화재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소방관·의용소방대 인력 56명과 소방차 등 장비 10대를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산불이 근접하자 마을은 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소방관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소방차에서 물을 끌어와 하회마을 지붕과 담벼락에 연신 뿌렸다. 이날 오후 4시 50분께 하회마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자 주민 150명은 분주히 마을을 빠져나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하회마을이 위협받으면서 안동시립박물관에 보관 중인 국보 하회탈과 병산탈도 위태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회탈 11점과 병산탈 2점 등 총 13점으로 하회마을이 아닌 안동시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안동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을 지키기 위해 남녀 의용소방대원들도 밤새 힘을 보탰다.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째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바싹 마른 나무와 낙엽이 화약고 역할을 하며 의성 산불은 안동을 거쳐 청송 주왕산국립공원까지 위협하고 산청 산불도 지리산국립공원 근처까지 번졌다. 이런 상황에서 험한 산세로 진화 요원들이 불길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다 헬기 등 필수 장비마저 부족해 진화 작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의성 산불의 영향 구역(직간접 피해 추정 구역)은 1만5185㏊에 달한다.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3913㏊)과 2022년 3월 경북 울진, 강원 강릉·동해·삼척 산불(2만523㏊)에 이어 국내 산불 피해 규모로는 세 번째다.

경남 산청에서도 이날 오후 들어 강풍이 불면서 지리산국립공원 500m 앞까지 불길이 접근했다. 또 남쪽에 위치한 하동 옥종면으로 불길이 확산되면서 추가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로써 산청 시천면과 하동 옥종면 12개 마을의 추가 대피 인원을 포함해 임시 대피소로 이동한 주민은 총 2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재산 피해도 증가해 산림은 1615여 ㏊가 불탔고 주택, 공장, 사찰 등 시설 피해도 64곳으로 집계됐다.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한 산청 산불 현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산불 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1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점이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박완수 경남지사는 산림청의 산불 진화 헬기 운영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지사는 이날 산청·하동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산불 현황 보고를 받으면서 헬기 운영이 실제 계획과 다르다며 임상섭 산림청장에게 전화로 항의했다. 지리산국립공원 방향으로 산불이 확산되고 인근 마을로도 번지는 상황에서 투입이 계획된 헬기를 다른 산불 현장으로 이동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은 이날 산청 산불 진화에 헬기 32대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18대 정도만 운영했다.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산림당국 주변에서는 이번 산불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27일 예보된 영남지역 비 소식이 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3월 213시간여 동안 이어져 국내 최장기 대형 산불로 기록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도 결국 진화 마지막 날 비가 내리면서 꺼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새벽부터 저녁 사이 예상 강수량은 의성 등 경북 북부 내륙에 5~10㎜, 경남 산청 등에 5㎜ 미만이다.
[의성 우성덕 기자 / 산청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