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요구하던 비명 반발 잦아들듯
지지율 상승 기대…잇따른 위기 돌파
친이재명계 “이제 민생·경제 챙겨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출처= 사진공동취재단]](https://pimg.mk.co.kr/news/cms/202503/26/news-p.v1.20250326.7c0ce97c346c4b268abfba87edcb4594_P1.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리스크라는 ‘족쇄’를 벗어던졌다. 피선거권 박탈형(刑)을 선고했던 원심 판단이 깨지면서 대망론도 탄력을 받게 됐다. 대선 불출마 요구와 후보 교체론을 내세우려던 비이재명계 반발도 잦아들며 ‘이재명 대세론’을 확고히 할 전망이다.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는 공직선거법상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아 있지만 이 대표로선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된 셈이다.
야당 안팎에서는 항소심 선고를 계기로 △야권 원톱 체제 △지지율 상승 △민생·경제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비명계를 비롯한 다른 대권 주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전망이다.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역전을 노리던 비명계 주자들은 ‘2등 싸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자연스레 당 장악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물밑에서 이뤄지던 대선 준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선캠프 인선을 놓고선 윤호중(선거대책위원장)·강훈식(총괄본부장)·윤후덕(정책본부장) 의원 등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스권에 갇혔던 지지율도 상승 계기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20년 7월에도 대법원이 이 대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지지율이 올랐던 바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6월 이 대표 지지율은 12%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28%)보다 낮았으나 대법 선고를 계기로 급상승하며 8월에는 역전까지 성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그간 제동이 걸렸던 민생·경제 행보도 재개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묶여있었으나 대권 행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신속히 추가경정예산 논의에 나와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 민생현장 간담회에도 직접 나설 예정이다. 친이재명계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과 경제를 걱정하면서 사회 통합 행보를 해나갈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만큼 윤 대통령 파면 압박보다는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하는 메시지를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잇따른 정치·사법리스크를 이겨낸 점도 이 대표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 탄압을 견뎌내고 극복했다는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로써 ‘위기에 강한 이재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당내에서 흘러나온다.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을 덜게 됐다. 선거 보전비용 434억원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 항소심 선고 때문에 윤 대통령 파면을 압박한다는 ‘프레임’도 깰 수 있다. 야당 중진 의원은 “부차적 문제이지만 재정적 부담을 덜게 됐다”며 “여권의 정략적 프레임도 논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개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에서 원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검찰 기소가 무리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사법정의실현·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검찰을 ‘윤석열정권 사냥개’로 빗대며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내놨던 바 있다.
탄핵심판을 놓고선 여유를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탄핵심판 선고 기일보다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 일정이 먼저 잡히자 야당 지도부가 조급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장외 투쟁은 이어가더라도 이 대표의 발언 수위는 낮아질 수도 있다.
이날 선고를 앞두고서 서울고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도부를 비롯한 야당 의원 50여명이 일찌감치 서울고법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 대표가 “법원에 오지 말고 산불 대응에 총력을 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눈도장 찍기에 나선 것이다.
무죄 취지로 읽힐 수 있는 재판부 설명이 나오자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오후 2시 36분께부터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노심초사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던 의원들도 주먹을 불끈 쥐며 미소를 띠었다. 현장에 없던 의원들도 ‘사필귀정’이라며 무죄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잇따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