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단체로 휴학계를 제출한 가운데 14일 오전 개강일이 지난 경기도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2024.3.14[이충우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1b0ef41552874b7ca6f3259a5946f609_P1.jpg)
의료계 내부에서 학생들의 복귀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현직 교수들, 의료단체 핵심 관계자들, 대학 총장들의 설득에 동료 학생들까지 가세했다. 지난 25일 고려대 의대 전 학생대표단은 “더 이상 불필요한 시선 없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복귀 움직임은 요원하다. 27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와 연세대를 제외한 38곳의 의대는 등록 거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경북대의 경우 학생 절반 가량이 미등록으로 제적 위기에 놓였다.
여러 회유에도 이들이 요지부동인 건 의사사회의 특이성 때문이다. 의사 사회는 학생과 전공의, 교수, 개원의 등으로 잘게 분화돼있어 어느 한 집단이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 누구든 목소리를 내면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나서느냐’는 공격이 따르기 일쑤다. 지난 17일 서울대 의대 교수 4명이 실명을 걸고 복귀 호소문을 냈을 때 동료와 선후배들의 무자비한 폭언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돌아오라는 메시지가 나와도 그저 ‘소수 의견’으로 치부되기 십상인 구조다.
결국 지금 나서야 하는 주체는 대한의사협회다. 의료계의 유일한 법정단체로 정부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14만명의 의사들을 대표한다고 자부하지 않는가. 문제는 학생들의 제적이 코앞임에도 의협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상임이사회가 열렸지만 이후에도 뚜렷한 메시지나 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의협 측은 ‘의대생도 성인인데 우리가 말한다고 듣겠냐’고 반문한다. 사태 해결의 핵심을 여전히 못 짚고 있다는 이야기다. 강의실에 학생들을 강제로 앉혀두란 얘기가 아니다. 복귀를 망설이는 이들이 당당하게 ‘명분’으로 삼을 수 있도록 공식 메시지를 주라는 것이다. “이젠 제자리로 돌아갈 때”라고 말이다.
앞서 의료계가 정부로부터 ‘내년도 증원 0명’을 받아낼 때도 의협의 역할은 없었다. 올 초 선출된 의협 회장은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은 지 오래다. 긴 침묵은 결국 ‘의사사회 대표’라는 존재 당위성을 저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의무를 잊은 건지, 의지조차 없는 건지 자문해볼 때다.

심희진 과학기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