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기업

트럼프에게 관세는 묘약 반발해도 굽히지 않을 것 美 투자나선 한국기업들 이중삼중 법적장치 필수 [Cover Story]

이승윤 기자
입력 : 
2025-03-26 16:01:41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화우 통상산업팀의 '트럼프 2기 한국 기업의 통상 전략'
사진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기업들은 국가별·산업별로 복잡한 함수 형태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2.0 시대 대응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매일경제는 한국무역협회, 미국 통상 전문 로펌 필스버리,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설명회를 개최하며 통상 분야 자문을 다수 수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 통상산업팀 전문가들을 만나 그 전략의 일단을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사진설명
―거의 매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가 나오고 있다. 화우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현재의 통상 환경을 어떻게 보고 있나.

▷최종문 고문=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애착은 1987년 뉴욕타임스(NYT)에 자비로 게재한 공개 서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부유한 외국을 지켜주는 것을 그만두고 이들에게 세금(관세)을 부과하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의 오랜 신조다. 취임 이후 그는 다양한 관세정책을 시행해왔다. 보편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보복관세,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가 대표적이다. 지난 12일에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국내 제조업 부활, 외국 기업 투자 유치, 해외 미국 기업의 본토 회귀(리쇼어링),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 공백 메꾸기, 무역적자 해소 등을 위한 만능 해결책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관세 부과를 국경 통제와 같은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한다는 점이다. 초기 시행에서 갈지자 행보와 비판이 있었지만 그의 관세정책이 국제사회 반발로 흐지부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김권회 대표변호사=아직 한국만 특별히 겨냥한 조치는 없지만 미국의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부과로 인한 영향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이미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따라 한국은 현행 쿼터를 벗어나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일본 등과 동일한 조건하에서 경쟁하게 됐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관한 발표는 4월 2일에 예정돼 있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국 8위(557억달러)였던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섹터별로 관세 부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금반언(estoppel) 원칙에 어긋남에도 우리 반도체, 배터리와 전기차 기업에 약속한 보조금 지급에 불투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대미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은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제안하는 인센티브 이행 보장을 위한 이중 삼중의 법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화우는 지난달 무역협회와 미국 통상 전문 로펌 필스버리와 함께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과 우리 기업들의 대응', 그리고 산업부와 공동으로 '미국의 무역 제한 조치 및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국 의회·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에 대해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동원 변호사=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우리 정부가 즉각 지적했듯이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부분의 미국 제품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최혜국대우(MFN) 관세로, 한국의 MFN 실행세율은 지난해 기준 13.4%다. 이는 미국 실행세율(3.3%)의 약 4배이지만, 양자협정이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적용하는 세율이기 때문에 한미 FTA 협정세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는 향후 협상을 대비해 기선을 잡기 위한 언론 플레이로 보인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미국 측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면 된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수시로 발생할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 고문=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작성한 2025년 무역정책 의제를 보면 미국의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또 제3국이 미국이 당사국인 무역협정에 무임승차하지 못하도록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예상되는 미국의 요구 사항으로는 자동차 원산지 인정 기준 강화, 소고기·콩 같은 농산물에 대한 검역 관련 조치(SPS) 완화, 데이터 국외 이전의 자유 보장과 서버를 비롯한 컴퓨터 설비 현지화 금지, 망 사용료 면제, 플랫폼법 도입 반대 등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측 관심 사항을 사전에 파악해 대응하고 우리가 제기해야 할 사항도 적극 발굴해 '이익의 균형(balance of interests)'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관세 외에 한미 통상 분야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정 변호사=관세 외에도 미국이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는 비관세 분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는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구제조치와 지정학적 차원의 수출 통제와 제재를 포함한다.

트럼프 정부는 저가 수입품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를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화우는 한국 정부를 대리해 미국의 철강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에 성공적으로 대응해왔고, 철못과 알루미늄 압출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을 대리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성공은 적절한 미국 로펌 선정, 주요 정치인과의 관계 구축, 그리고 우리 기업에 우호적인 미국 내 수요자 협회 발굴 등이 기반이 돼 가능했다.

▷김 대표변호사=국제전략물자 통제 체제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4대 수출 통제 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양자 제재 등을 포함한다. 한국 기업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미국과 EU의 대러시아·대이란 제재, 그리고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다. 러시아나 이란으로의 수출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에 따라 관련 정부기관들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우리가 자문한 일부 기업은 품목분류 코드(HS 코드) 오분류나 의사결정 과정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조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 모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포괄적으로 시행했는데 이는 초당적 합의 사항이다.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기업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내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러시아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미국 주도의 휴전 협의가 시작됐지만 해제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기업들은 현재의 제재를 계속 준수해야 한다.



사진설명
기업 내 '트럼프 전담조직' 신설 외교 스킬로 美관세장벽 뚫어라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정부 때 도입된 정책들의 향방은 어떠할 것으로 예측하는가.

▷이광욱 변호사=IRA 도입 이후 현대자동차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완공했고, LG화학은 테네시주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보조금 지원 중단을 지시해 이미 투자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행정명령은 연방정부의 자금 집행을 일시 중단시키는 것이고 IRA의 전면 폐기에는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화우는 국내 기업이 미국 내 보조금을 최대한 수령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관세 압박이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보조금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역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 외에 EU도 살필 필요가 있는데 EU 규제 환경은 어떤가.

▷이 변호사=EU는 미국, 중국과 함께 한국의 3대 무역 파트너다.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 선두 주자로서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일반정보보호규정(GDPR), 공급망실사지침(CSDDD) 같은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발언 이후 이러한 추세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오히려 미국에 대항해 EU가 ESG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U의 현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EU 규제 수준에 맞춘 경영을 해야 한다.



사진설명


―우리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 고문=세계가 현재와 같은 미국을 상대해본 적은 없다. 1기 때보다 더 긴장되는 것은, 당시는 각료들과 공화당 지도부가 제동장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가속페달 역할을 하고 있어 정책 집행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다자 체제인 WTO는 작동을 멈춘 지 오래됐고, 양자 FTA도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미국의 일방적 조치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을 보면 한미동맹 프리미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

개별 이슈 대응 외에도 한국 기업은 지정학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된 한국은 지역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훼손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물론 미·이란 관계,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관계, 콩고민주공화국 분쟁처럼 세심히 관찰해야 할 이슈가 적지 않다. 유사시 공급망 훼손에 대비한 플랜B도 마련해둬야 한다. 이제 기업 차원에서도 외교가 필요한 시대다.

▷김 대표변호사=유사시에 대비해 플랜B 아래 핵심 부품의 전략적 재고 확보, 대체 생산과 물류 경로 마련, 위기 상황별 시나리오 플래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현지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다.

한국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책으로는 첫째, 미국 정부의 정책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담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둘째,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대미 직접 투자를 검토할 때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보조금 계약을 확보하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인센티브를 명확히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넷째,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원자재와 부품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대체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통상 환경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화우 통상산업팀의 강점은 무엇인가.

▷정 변호사=화우는 앞서 논의된 주제들에 대한 풍부한 업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조사에 대응한 최초의 국내 로펌으로서 국내 최고의 실적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국내 철강 산업, 산업용 로봇 산업 등을 대리해 저가 수입품 유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하고 있다.

화우 통상산업팀은 산업부·외교부의 WTO와 FTA 관련 부서, 무역위원회의 반덤핑과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업무 관련 부서 등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WTO 분쟁, 반덤핑 조사 등에 직접 참여한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조치 대응,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국제 통상 분쟁 해결, 글로벌 투자정책 수립과 관세, 원산지 검증, 수출입 통관, 외국환 거래, 무역기술장벽(TBT) 등 분야에서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무역위원회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튀르키예 등 주요 외국 무역구제기관의 조사 사건에서 국내외 고객과 정부를 성공적으로 대리해왔다.

50개국 이상에서 현지 해외 로펌과 협업한 경험을 토대로 세계 각국의 통상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 화우는 축적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기업이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승윤 기자 정리]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