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만 전날 내린 비 진화 큰 도움
언양 산불은 임도 덕에 조기 진화
국내 임도 밀도 4.1m 독일은 50m
산불 진화용 임도 확충 필요성 제기

지난 6일간 무섭게 산을 태우던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은 4㎜의 비가 내리면서 완전히 진압됐다.
같은 기간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체계적으로 개설된 임도를 이용해 야간에도 진화 작업이 진행돼 산불 발생 29시간 만에 잡히면서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울산시소방본부는 울주군 온양읍 산불이 28일 오전 7시30분 완진돼 대응 단계를 하향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울산시는 산림청 판단을 인용해 “오후 8시40분을 기해 온양 산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시작돼 1주일 가까이 이어진 온양 산불이 잡힌 것은 27일 내린 약한 비가 큰 역할을 했다. 이날 새벽에 1㎜ 안팎이지만 비가 내려 산불 현장의 습도를 올려 주불 진화 작업이 빨라졌다.
오후 3시 울산시는 주불이 잡혔다고 공식 발표했다. 진화 인력이 잔불 정리에 나선 가운에 강풍이 변수로 등장했으나 오후 8시부터 산불 현장에 50분 정도 비가 내리면서 잔불은 빠르게 정리됐다. 당시 내린 비는 4㎜에 불과했으나 산불을 완전히 끄는 데 충분했다.
이번 산불 기간 중 산불 진화에 있어 임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온양 산불이 한창인 지난 25일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 화장산에도 불이 났다. 화장산은 언양 도심에 있어 민가 피해가 우려됐으나 불은 다음 날 오후 5시께 29시간 만에 꺼졌다.
화장산 불이 빨리 진화된 것은 산에 개설된 임도가 큰 역할을 했다. 산림 당국은 일몰 후 헬기 투입이 중단된 가운데서도 임도를 따라 진화 장비와 인력을 대거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쳤다. 산 경사가 완만한데다 소방 장비가 산 속으로 이동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밝혔다.
반면 온양 산불 현장인 대운산은 가파른 경사 등 산세가 험한 산이다. 임도가 있으나 군데군데 산발적으로 조성됐다. 산불진화차량 진입이 불가능하고 진화 인력의 접근도 힘들어 헬기가 철수하는 야간 진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온양 산불은 강풍 때문에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았다”며 “산의 6부, 7부, 8부 능선으로 임도가 있었다면 밤에도 진화 장비를 투입해 방화선을 구축하고 낙엽 밑에 있는 속불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국에 비해 임도 밀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산림청의 ‘주요국 임도 밀도’ 현황을 보면 ha당 임도 길이를 나타내는 임도 밀도가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4.1m에 불과하다. 일본 24.1m, 미국(국유림)은 9.5m였다. 오스트리아 50.5m, 독일은 54.0m에 달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번 산불을 겪으면서 앞으로 산에 임도를 확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임도는 그 자체로 산불 방어선 역할을 한다. 산림 경영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산림 보호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