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희생자 대부분 70·80대
주택까지 거센 불길 덮쳤지만
거동 힘들어 제때 대피 못해
행정당국 미숙한 대처 논란
산촌 대피 매뉴얼조차 없어
주택까지 거센 불길 덮쳤지만
거동 힘들어 제때 대피 못해
행정당국 미숙한 대처 논란
산촌 대피 매뉴얼조차 없어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경북 산불로 인해 현재까지 22명이 숨졌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부분 사망자는 거동이 불편한 70·80대 고령자로 이들은 주택이나 집 마당,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
사망자들 중에는 주민 대피를 이끌던 이장 부부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이장 부부가 인근에 사는 처남댁을 구해 차에 태우고 가던 중 화마가 덮쳤다. 60대 남편과 50대 아내인 이장 부부는 60대인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대피소 방향이 아닌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모두 변을 당했다.
이에 주민들은 이장 부부가 다른 주민들도 구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부부가 가던 길은 그 시간 대피 장소로 지정됐던 초등학교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하지만 골바람을 타고 불씨가 도로를 덮쳤고, 차량이 화마에 휩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석보면사무소 관계자는 "삼의리 주민도 대피시키려고 돌아가던 중에 그렇게 된 것 같다"며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하니 직접 마을을 돌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자들은 행정기관에서 보내는 대피 문자메시지를 받아도 즉시 대응하기 힘들고, 대피령이 내려져도 자력으로 재빨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가 어렵다. 이에 행정당국에서 산불 발생 훈련 시 고립 지역 산촌 주민들의 현황을 파악해 직접 이동을 안내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안전지역으로 가라고 고지해도 학교, 경로당, 마을회관 등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려면 너무 멀어서 힘든 경우가 많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국가 중요문화재와 명소 등을 지키는 것도 여전히 비상이다.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도 불길이 한때 5㎞ 근처까지 접근하면서 마을 전체가 흰 연기에 휩싸이는 등 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회마을에는 이날 방사포 등 장비 8대가 투입돼 마을 가옥과 병산서원 주변 등에 연신 물을 뿌렸고 병산서원 편액 10여 점도 안동의 한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안동의 인기 명소 '만휴정(晩休亭)'도 불길이 번지기 전에 덮어둔 방염포 덕분에 화마를 피했다.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전날 주왕산에 있는 사찰 대전사가 화선으로부터 불과 1㎞ 떨어진 곳에서 위협을 받았지만 다행히 불길이 사찰 쪽으로는 옮겨붙지 않았다. 대전사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보물 제1570호 보광전 등 여러 문화재가 있다. 주왕산 내에 있는 주왕암, 학소대, 용추폭포, 주봉 등 명소 역시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소방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성덕 기자 /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