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이트서 불법판돈 오가
![세계 최대 베팅사이트 ‘폴리마켓’(Polymarket)에 ‘윤석열 대통령이 4월 전에 파면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베팅이 진행 중이다. 해당 베팅에는 약 385억원이 걸렸다. [폴리마켓 캡처]](png/news-p.v1.20250327.ad18673631f946f59e8010f0dfe86559_p1.png)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슈퍼위크’를 맞아 윤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국내 정치인의 사법 처리 결과를 두고 ‘판돈’을 거는 이른바 ‘토토’ 도박이 해외 사이트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다.
현행법상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스포츠토토(베팅 상한액 10만원)를 제외한 베팅 사이트에서 판돈을 거는 행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반 세계 최대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Polymarket)’ 등에서 ‘불법 베팅’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7일 폴리마켓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에서 ‘윤 대통령이 4월 안에 파면될 것인가’에 대한 베팅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사이트 베팅자들이 내다본 ‘파면된다’ 확률은 지난달 18일 최고 84%까지 올라갔다가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되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이날 기준 5%까지 내려갔다. 해당 베팅에만 약 385억원(2627만달러)의 판돈이 걸려 있다.
‘윤 대통령이 2025년 안에 파면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베팅에서는 ‘파면된다’는 확률이 이날 기준 76%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김건희 여사가 2025년 안에 구속될 것인가’ ‘헌법재판관 몇 명이 탄핵을 인용 또는 기각할 것인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25년 안에 구속될 것인가’ 등 베팅까지 올라와 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가 풍자화되고 오락화되는 것은 오래된 일”이라며 “미국에서는 베팅으로 선거를 예측하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마켓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여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선택’ 등에 대한 베팅 등으로 국내에 화제가 됐던 사이트다.
![세계 최대 베팅사이트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이재명 대표가 2025년 전에 구속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베팅이 진행 중이다. [폴리마켓 캡처]](png/news-p.v1.20250327.550e65fd2a0d4eb99efafe8c2c375d25_p1.png)
2017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심판 결과와 국정 농단 사태 핵심 인물들의 구속 여부에 대한 사설 불법 토토가 성행했다. 이어진 대선에서도 각 후보에게 배당금을 차등 책정한 불법 도박 사이트가 등장했다.
해외 베팅 사이트라 하더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이가 돈을 걸 경우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상습 도박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형법은 속인주의이기 때문에 도박이 합법인 나라에서 개설된 베팅 사이트라 하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한국에서는 도박죄로 처벌된다”며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것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한데 전문 베팅 사이트에서 수익을 얻는 것은 예외 규정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치 상황에 판돈을 거는 행위 자체가 사회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마켓은 미국 대선에서 정확도가 높았지만 한국 정치에 관해서는 베팅 참여자가 제한적이라 정확성을 보장하거나 전체 여론에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 참여가 상업화·희화화되거나 돈놀이의 일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은 건강한 정치문화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