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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상법개정안 거부권 수순…野 '더 센 법안' 재추진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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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들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국회 통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하며 경영 자율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 행사가 있을 경우 '더 강한 법안'의 재추진을 경고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국무총리는 오는 5일까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언어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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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회장 등 경제6단체장
"투자·혁신 위축시킬 가능성"
韓대행에 거부권 행사 요청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민주, 거부권 행사땐 추가 예고
금융위·금감원 수장 이견 팽팽
韓, 마은혁 임명 압박 속 고심
이르면 내달1일 국무회의 결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운데)가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 권한대행,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이승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운데)가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 권한대행,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이승환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들이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직접 만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비상장 기업들까지 경영 자율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더 강한 법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가뜩이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놓고 야당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해 있는 한 권한대행의 고심이 더 깊어지는 대목이다. 다만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 이익을 제고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권한대행과 만난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1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주주의 소송 남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기업이 관세 장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공유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논의해주시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도 "우리 경제와 기업에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 정부가 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 25%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 핵심 산업인 자동차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산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자리엔 최 회장을 비롯해 류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 권한대행과 경제6단체장이 만난 것은 작년 12월 23일 오찬 간담회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민주당은 이런 재계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앞서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원안의 여러 안건 중 이사의 주주충실의무와 전자주주총회만 우선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거부권이 행사되면 최종안에서 빠졌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까지 포함해 재추진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상법 개정에 관여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상법 개정 필요성은 정부·여당 인사들도 인정했는데, 이제 와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참에 원안대로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상법 개정안이 최종 부결된다면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 선임 시 소액주주의 투표권 몰아주기를 가능케 하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헤지펀드 등 외부 세력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실행되면 선임 단계부터 대주주 보유 주식의 최대 3%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이른바 '3% 룰'을 적용받게 된다. 여기에 집중투표제까지 적용되면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재발의, 은행법 개정안, 규제 강화법안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했다"면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막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며 기업과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상법 개정을 놓고 금융당국 간 온도차가 드러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날 각각 기자간담회와 라디오 방송에서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거부권 행사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먼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부터 거부권 행사 반대론을 펴고 있는 이 원장은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이 원장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부 의지가 의심받을 것이고, 결국 주식시장과 이어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은 조만간 처리 시한이 다가오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거부권 결정 시한은 다음달 5일까지다. 이르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정례 국무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최종 입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정훈 기자 / 홍혜진 기자 / 문재용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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